지난 10년간 마이어리거(Meyer Riegger)와 갤러리 조슬린울프(Galerie Jocelyn Wolff)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활동 기반을 넓히기 위해, 각자의 고유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왔다. 두 갤러리는 중국, 홍콩,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각자의 전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선보였다. 지역 미술관과 갤러리, 문화 기관들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컬렉터 및 아트페어 등과 맺어 온 장기적인 관계를 통해 아시아의 가능성을 발견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에 두 갤러리는 2025년부터 힘을 합쳐, 서울에 새로운 갤러리 ‘마이어리거울프(Meyer Riegger Wolff)’를 설립하고 한국 시장에 대한 본격 진출을 도모하고자 한다.
1997년 독일 카를스루에(Karlsruhe)에서 시작된 마이어 리거는 현재 베를린과 바젤에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기획 중심의 전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개념미술 및 동시대 미술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명성을 쌓아왔다. 초기에는 모이저(Meuser)와 조나단 몽크(Jonathan Monk) 등 개념미술 작가들의 전시를 선보였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카틴카 보크(Katinka Bock), 미리암 칸(Miriam Cahn) 등 실존적 주제와 퍼포먼스를 탐구하는 작가들로 프로그램을 확장했다. 2008년에는 베를린, 2020년에는 스위스 바젤 공간의 개관을 계기로 국제적 활동 범위를 넓히며, 알렉산드라 바흐체치스(Alexandra Bachzetsis), 울라 폰 브란덴부르크(Ulla von Brandenburg) 등 다양한 작가들을 프로그램에 합류시켰다. 최근에는 타미나 아마다야르(Tamina Amadyar), 알마 펠트핸들러(Alma Feldhandler) 등 신진 작가들을 영입하며, 새로운 목소리를 꾸준히 발굴하고 지원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파리에 기반을 둔 갤러리 조슬린울프는 지난 20여 년간 동시대 미술에 대한 엄밀하고 신념 있는 비전을 제시하며, 신진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하는 동시에 미술사적 중요성을 지닌 작가들의 재조명에도 힘써 왔다. 갤러리는 진보적인 미학적 가치를 바탕으로 전시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왔으며, 작품과 아이디어의 순환을 적극적으로 장려해 왔다. 2025년 9월부터는 파리 8구 마티뇽(Matignon) 지구로 이전하여, 새로운 공간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갤러리 조슬린 울프는 현재 미리암 칸(Miriam Cahn), 프란츠 에르하르트 발터(Franz Erhard Walther), 카틴카 보크(Katinka Bock)를 비롯한 총 22명의 작가를 대표하고 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갤러리는 주요 국제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전시 활동을 넘어, 갤러리 조슬린울프는 2차 시장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며, 컬렉터들의 작품 수집과 연구를 지원한다. 동시대 미술 외에도, 갤러리는 마르셀 칸(Marcelle Cahn)과 임레 판(Imre Pán)의 아카이브를 대표함으로써 역사적 전위 예술의 보존과 재조명에도 헌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대미술과 근대미술 사이의 연결 고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서울에 새롭게 문을 연 마이어리거울프는 이탈리아 출신 디렉터 가이아 무시(Gaia Musi)가 이끌고 있다. 그녀는 파리의 갤러리 조슬린울프에서 6년 이상 근무하며 중국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았고, 전반적인 아시아 지역에서 갤러리의 입지를 확장하는 데 주력해 왔다. 특히 상하이에서는 4년 간 거주하며 갤러리의 중국 오피스를 운영했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미술계 주요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 파리 소재 국립 동양언어문화대학교(INALCO)에서 중국어와 문화를 전공한 무시는 학문적 기반 위에 동시대 미술에 대한 자발적인 열정을 더해, 아시아 미술계의 복합적인 예술 및 미술 시장을 이해하고 있다.

마이어리거울프는 국내외 갤러리들이 어우러진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남동에 자리하고 있다. 갤러리가 들어선 흰색 외벽에 주황색 포인트가 어우러진 건물은 노출 콘크리트와 중첩된 기하 구조가 특징으로 한국의 건축가 최욱(Choi Wook)의 설계작이다. 마이어리거울프의 새로운 전시 공간은 최욱이 이끄는 원오원 아키텍츠(ONE O ONE Architects)에 의해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갤러리 공간은 ‘무게감과 가벼움’, ‘밀도와 여백’ 사이의 건축적 대비를 통해, 사유와 개념, 그리고 물질성에 기반한 갤러리의 전시 철학을 반영하고자 했다. 대형 설치 작업부터 개념 작업까지 폭넓은 전시 형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설계된 공간 구성은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반영하며, 과정 중심적이고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드는 실천을 추구하는 갤러리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